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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만의 무기 찾기 - 술 안마시는 영업사원

기술영업

by ian(이안) 2021. 9. 3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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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나온 문과생이 화학회사 기술영업으로 살아남는 법 - 4번째 이야기다. 

 

나는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피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리점 사장님들도, 발주처 담당자들도 필요할 때면 가장 먼저 찾는 영업사원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글에 자세히 적어두었다. (아예 못마시진 않는다)

 

https://brunch.co.kr/@iankang/17

 

내가 술을 안마시는 이유

대단한건 아니다. | 술! 매일 마셔도 취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매일 마시는 술! 2년째 외국계 화학회사 기술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술로 만든 성과는 없습니다.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brunch.co.kr

 

술영업을 거의 안하고도, 모 기업에서는 내가 판매하는 제품을 해당 기업의 기준사양으로 만들어서 해당 제품이 아니고서는 어떤 공사에도 사용못하게끔 독점적인 입지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해당 회사랑 아무런 관계도 없다.!) 미친듯이 외향적이지도, 그렇다고 술담배도 안하는데 어떻게 번듯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현 직장에서 처음 면접볼때 면접관 중 한분은 "술도 안마시면서 영업하겠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비록 술을 마시진 않지만 술자리를 거부하는 건 아니며, 오히려 주변 친구들은 술안마셔도 재밌게 맞춰주는 저를 선호하는 편이다, 술로 영업하면 빨리 관계를 만들 순 있어도, 술로 영업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과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답변했던 기억이 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그렇고, 면접을 볼 때도 그렇고, 인사담당자가, 면접관이 원하는, 더 나아가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접근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게 영업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당시 내가 설정했던 페르소나는 3가지.

 

1. 술 안마시는 영업사원.

영업사원이 술을 안마신다고 하면, 왜? 영업이 술을 안마시고 어떻게 영업해? 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편견이지만, 이러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에서 벗어낫기 때문에 더 고객에게 인상깊게 다가갈 수 있었다. 

 

술 대신 뭐? 커피! 커피나 카페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고객도 많다. 

 

2. 누구보다 꼼꼼하고 성실함.

"단순히 꼼꼼합니다, 성실합니다", 라는 표현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저는 2019년 업무를 시작할 때부터, 매일 해야될 업무와, 주간, 분기, 장기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Trello나 Todoist라는 어플을 사용해 메일 Checklist를 만들어 일정과 우선순위를 관리했고, 고객이 요청한 사항을 누락없이 대응해왔습니다." 라고 표현한다면, 듣는 상대방은 신뢰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꼼꼼함과 성실함은 단기간에 보여주기 어렵지만, 단기간에 보여줄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입사 후, 1달 정도 여러 상사들과 유관부서와 협업을 할 때, 조금 힘들고 시간이 소비되더라도 배운 점을 까먹지 않기 위해, 입사하고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하고 기록해서 갑자기 상사나 주변에서 물어봤을 때, 1이라도 제대로 대답한다면 분명 에이스로 부상할 수 있다. (물론 초심을 잃지 않은 채 이러한 자세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어렵지만.)

 

3. 준비된 자.

고객과 미팅을 하거나 질문을 받을 때, 영업사원은 해당 브랜드의 얼굴이자 대표로써 누구보다 자사 제품에 대해 잘 알고, 경쟁사 제품과 비교했을 때 장단점도 명확하게 알고 있는 편이 좋다. 고객이 단순히 제품뿐 아니라 제품의 사용방법, 다른 제품군에 대해서 물어볼 때 막힘없이 대답하는 순간 고객의 신뢰도는 쭉쭉 상승했다. 이러한 답변을 위해 관련 서적, 경쟁사 제품에 대한 공부, 리서치는 필수. 

 

예를 들어, 고객에서 단순하게 "이 제품이 RAL 000 7 000" 으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나요, RAL은 4자리 아닌가요?? 라고 물었을 때,

 

1) 예, 됩니다. RAL에는 7자리도 있습니다.

2) 예, 색상 표현이 가능합니다. RAL에는 여러가지 버전의 색상집이 있는데,
통상 사용하는 4자리 RAL Color는 RAL Classic Color Chart이고,
여쭤보신 7자리 RAL Code는 RAL Design Chart에 수록되어 있는 색상입니다.
같아 보일 수도 있는 RAL 7000, RAL 000 7000 은 실제 다른 색상이오니 업무에 참조부탁드립니다. 

 

구글링 조금만 해보면 찾을 수 있다...!

1), 2) 답변중에 고객은 2)와 같은 답변에서 명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시 물어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영업사원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는 건 덤. 

 

위 일화는 한 고객사에서 타사 영업사원보다 항상 내게만 전화해서 기술규격을 문의하는 고객이 받은 2가지 답변 내용이다. 1)은 경쟁사 영업사원이, 2)는 내가 준 답변이다. 고객은 추가질문없이 2)에서 명확한 정보를 얻고, 우리 제품을 사용했다. 

 


영업할 때는 정말 여러 모습을 가진 고객들과 만난다. 그 유형을 몇가지로 축약시켜볼 순 있겠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예외도 정말 많고, 정답이 없다. 그렇지만 자기의 모습을 버리지 않은 채,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을 페르소나로 설정해서 고객에게 일관성 있게 다가간다면, 고객은 분명 그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는 단순히 술을 사주고, 여담을 섞어가면서 기술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물론 이러한 방식에도 장점은 많다), 코로나 때문에 만남도 어렵고 젊은 세대로 교체되는 시점에 술영업이 무조건 정답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아니다. 상대하는 고객들 역시 접대나 Entertainment에 치중된 대우를 적극적으로 바라지도 않는다.

 

서로의 시간과 정보가 소중한 시점이기 때문에, 최대한 고객의 시간을 뺏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효용을 줄 수 있는 영업사원으로 접근한다면 싫어할 고객은 아무도 없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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